Page 84 - 고경 - 2021년 10월호 Vol.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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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노래는 절 밑에 살고 있는 나무꾼들이 나무를 하며 부르는 노
래입니다. 얼핏 들으면 상스러운 노래인 것 같지만 노래 속에 만고
의 법문이 들어 있소. 뚫려 있는 구멍, 뚫려 있는 이치를 찾는 것
이 바로 불법이오. 어리석은 중생들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노
예가 되어 뚫려 있는 구멍조차 뚫지 못하고 있지요. 이들이야말로
딱따구리보다 못한 멍텅구리가 아니겠소?” 1)
음담패설을 법문으로 승화시킨 멋진 설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라만
상이 다 설법을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당나라 시절의 혜충국사慧忠國師
(?-775)입니다. 이를 공안으로는 ‘무정설법無情說法’이라고 합니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옛 부처님의 마음입니까?”
국사가 답했다. “담과 벽과 기와와 조약돌이니라.”
스님이 물었다. “담과 벽과 기와와 조약돌은 ‘무정’이 아닙니까?”
국사가 답했다. “그렇다.”
스님이 물었다. “무정인데도 해탈법을 설할 수 있습니까?”
국사가 답했다. “ 항상 설하고 있다. 불처럼 활활 설하여 그침이
없다.” 2)
간결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이 문답은 그대로 한 편의 시입니다. 이처럼 단
순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을 직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눈을 뜨
1) 「세계일보」, 배연국 논설위원, 2021. 06.09.
2) 『오등회원五燈會元』, 권제13, “僧問.如何是古佛心.國師曰.墻壁瓦礫是.僧曰.墻壁瓦礫.豈不是無情.國
師曰.是.僧曰.還解說法否.國師曰.常說熾然.說無間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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