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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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이다. 그는 모든 강박 관념과 망
상,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롭다. 그의 정신 건
강은 완벽하다. 그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며, 미래를 염려하지도 않는다.
그는 현재를 충실하게 산다.(SN Ⅰ, 5) 그러므로 그는 자아투영自我投影 없이
가장 순수한 의미에서 사물을 음미하고 즐긴다. 그는 즐겁고 당당하며, 청
정한 삶을 즐기고, 그의 감각 기관은 충족되며, 고뇌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평온하다.(MN Ⅱ, 121) 그는 이기적인 탐욕·증오·무지·자만·자존심을
비롯한 모든 ‘오욕’으로부터 벗어났기 때문에 순수하고 부드러우며, 보편
적인 사랑·자비·친절·동정, 이해와 관용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자아
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에 대한 봉사가 아주 순수하
다. 그는 자아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있고 무엇인가 되려는 탐욕에서 벗어
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정신적인 것까지도 획득하거나 축적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업설은 인도의 중요한 사상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비록 업이라
는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업설의 개념은 인도의 다른 종교사상과 불교
의 개념이 다르다. 불교의 업설은 의도를 말하며, 결코 숙명론이 아니다.
붓다는 숙명론을 거부하였으며, 자기 자신의 노력에 의해 아라한과를 증
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설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윤회 혹은 재생에 대한 설명도 전혀 다르
다. 힌두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의미가 다르다. 힌
두교에서는 불변하는 아뜨만(ātman, 自我)이 있어서 금생에서 내생으로 ‘재
육화再肉化(reincarnation)’하는 것을 윤회라고 하지만, 불교는 금생의 흐름
[santati, 相續]이 내생으로 연결되어 다시 태어나는 것, 즉 재생再生(rebi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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