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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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 그의 말은, 이 에테르는 마음이라는 식識 속의 작용에 불과하고 반
드시 실재實在하는 것은 아니게 된다. 담사동은 근대 시기에 “서양 학문
이 있어서 불교가 다시 세상에 전파될 수 있었다.”라고 보았고, 나아가
“서양 학문은 불교에 근원을 두고 있다.”라고까지 장담하였다. 유식불교
의 상분相分을 서양의 ‘에테르’ 개념과 일치시킨 것은, 그가 서양 학문을
활용하여 불교 진리를 보증하고 근거를 부여하고자 한 의도에서였다고
할 수 있다.
담사동은 이러한 전제 위에서 『대학』과 유식불교를 연결하려고 시도하
였다. 실제로 『대학大學』과 『중용中庸』은 원래 『예기禮記』 중 한 편이었지
만, 『예기』와 분리되면서 여러 각도에서 논의되었고 유학과 불교의 합일을
설명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다. 예를 들면 대혜종고는 유학의 오
상五常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성性으로 규정하였고, ‘성기性起’라는 화엄
불교의 용어를 인의예지신에 연결하여 설명하였다. 대혜종고는 유학과 불
교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고 하였고, 그에게는 불교가 유학이고 유학이 불
교였다.
대혜종고의 이해 방식은 송명대 성리학의 대표자인 주자와 일치하고,
주자는 대혜종고의 견해에 적극 찬성하였다. 그러므로 주자학이 실제로 불
교의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담사동이 『대학』 해석을 통해 불
교와 유학의 합일을 시도하였던 것도 바로 송명대 유학과 불교계의 노력
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주체적 자각’과 유식불교
담사동은 “나는 『대학』의 강론을 들었는데, 『대학』은 유식唯識의 종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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