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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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고 단언하였다. 즉 그는 『대
학』을 아예 유식불교 경전으로 파악
하였다. 송명대 유학자들도 『중용』
이나 『대학』을 불교와 유학이 합치된
다는 주장의 수단으로 활용한 일은
있었지만, 이때의 불교는 어디까지
나 화엄종이나 선종 등 중국 불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담사동
은 여기에 과감하게 유식불교를 끌
어들인 것이다.
유식불교의 목적은 외부 대상과 젊은 시절의 담사동.
주관적인 내가 실재한다고 보는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아집我
執과 법집法執을 깨뜨려서 나와 세계가 모두 공이라는 진리[我法二空]를 밝
히기 위한 것이다.
유식불교 경전인 『성유식론』에서는 ‘나’와 ‘외부 대상’은 “단지 거짓
으로 세워져 있고, 실제로 자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나’
와 ‘외부 대상’을 모두 ‘식의 전변에 의해서 거짓으로 시설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유식불교에서 객관대상의 세계는 ‘식識으로서의 존재’,
또는 ‘식 안에 있는 존재’가 되며, 따라서 문자 그대로 ‘오직 식만 존재
한다[唯識]’는 말이 성립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을 중시하는 정점에 위
치한 유식불교는 사회의 변화를 ‘개인의 주체적 자각’에서 찾아보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바로 중국 근대에 불교부
흥운동이 일어나고 담사동이 유식불교에 관심을 두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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