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P. 147
다고 한다.
담사동이 이 평등성지를 『대학』의 ‘성의’에 해당하다고 본 것은 “집착을
타파하여 무아에 이르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내 마음이 성실해지지
않는 까닭은 바로 나라는 자아의식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므로, 성실해지
는 것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타파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사동
은 자아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는 것은 나와 만물이 평등한 관계임을 파악
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보았다. 이것이 앞에서 보았던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하는 것[人我通]’이라고 할 수 있다. “평등한 뒤에야 무아가 이루어지고,
무아가 된 이후에야 집착할 것이 없어서 성실하다.”고 하여, ‘평등 → 무아
→ 성의’의 단계로 설명하였다.
담사동은 제8식을 전환하여 ‘대원경지大圓鏡智’가 되고, 이 마음은 『대학』
의 ‘정심正心’, 즉 마음을 바로잡는 것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원경지는 큰
거울에 사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처럼,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
현해 내는 지혜를 말한다. 이는 제8아라야식을 전환하여 얻는 맑은 지혜
를 말한다. 그에게 마음을 바로잡는 일이란 무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며,
이때에는 어떠한 마음 작용도 없게 된다. 유식불교에서 이 제8아라야식의
전환은 대단히 중요하다. 따라서 “그 자신을 수양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
저 그 마음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하였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5식前五識을 전환하면 ‘성소작지成所作智’가 되는데, 이는
『대학』의 ‘수신修身’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성소작지는 안식, 이식, 비식, 설
식, 신식이라는 더러운 전5식을 전환시켜 얻는 지혜이다. 이 지혜에 의해
사람들을 구제하여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게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눈,
귀, 코, 혀, 몸은 유학의 신身이므로, 안식, 이식 등 전5식을 전환하여 이루
어지는 지혜인 성소작지는 수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