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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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제자인 안연이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네 가지가 모두 마땅
하다고 한 것은 안식, 이식 등 전5식을 전환하여 성소작지를 이룬 것에 해
당된다. 성소작지를 이루는 것은 대원경지를 이룬 후에 가능한 일이므로,
공자의 최애제자인 안연이 인仁을 어기지 않은 것이 결국 대원경지를 어기
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해석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꾸준히 인을 행하지 못
하고 하루나 한 달에 한 번 겨우 인한 행위를 할 뿐이라면, 이것은 아직 아
집이 남아 있기 때문이고, 자아의식인 제7식이 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5식을 모두 전환하여 성소작지를 이룬다면, 유학
의 수신 이후의 일인 제가·치국·평천하를 모두 이룰 수 있게 된다. 따라
서 “한결같이 모두 수신을 근본으로 한다.”는 『대학』의 구절이 설득력을 지
니게 된다. 이처럼 유식불교의 ‘전식성지轉識成智’를 유학식으로 설명한 것
이 담사동 철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보살 정신 : 무아와 사회 변혁
담사동은 『유마경』의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대승불교의 보살
정신을 인仁의 윤리적 의미로까지 확장하고자 하였다. 그는 보살의 자비
정신은 자아라는 장애를 넘어서서 무아에 이를 때에만 가능하다고 본 것
이다. 자비에서 평등심과 두려움 없는 마음[無畏心]이 생겨나는데, 담사동
에게 이때의 평등은 사회 신분상의 평등만이 아니라 나라는 자아의식이 사
라진 ‘무아’의 근본적인 평등이고, 무외심은 자비의 실천으로 사회 변혁에
두려움 없이 자신을 바칠 수 있는 마음이다. 따라서 담사동은 무아에 도달
하기까지의 수행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그리고 불교와 유학은 ‘지관止觀’과 ‘신독愼獨’ 등 무아에 도달하기까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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