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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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불교의 ‘전식성지’와 『대학』의 ‘격물치지’
유식불교에서는 ‘네 가지 지혜’를 말하는데, 이는 인간 의식의 한 부분인
제8아라야식, 제7말나식, 제6식, 전5식을 4가지 지혜인 ‘대원경지大圓鏡
智’, ‘평등성지平等性智’, ‘묘관찰지妙觀察智’, ‘성소작지成所作智’로 전환시킨
것을 말한다. 이렇게 인간의 의식을 깨달은 마음인 네 가지 지혜로 전환시
키는 것이 유식불교의 목적이고, 이를 ‘전식성지轉識成智’라고 부른다.
담사동은 제6식이 ‘묘관찰지’로 전환된다고 하는데, 이것이 『대학』의 ‘치
지致知’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묘관찰지는 “모든 존재들의 공통점과 차이
점을 명상하고 그 상대적 특징을 구별하는 장애가 없는 마음”이다. 주자는
‘치지’를 “지식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 모르는 것이 없게 하는 것”이라고 해
석하는데, 이때의 지식은 사물에 대한 지식, 즉 사물의 이치인 ‘이理’를 파
악하는 것이다. 담사동은 묘관찰지와 치지를 연관시켜, 사물의 궁극 이치
를 알게 되면 만물이 하나이므로 개별적 존재들이 서로를 구별하는 장애
가 없는 마음에 도달하게 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유학 중에서
도 주지주의적主知主義的 성격인 주자보다는 “인간 본래의 앎인 양지良知에
이르게 한다.”는 양명학의 해석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담사동은 어떤
일이든 반드시 격물치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를 묘관찰지라고
불렀다.
담사동은 제7식을 전환하여 ‘평등성지平等性智’가 되는 것이 『대학』의 ‘성
의誠意’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이 공자가 말하는 ‘의意’
라고 본 것이다. 평등성지는 자신과 타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는 지혜
로서, 제7말나식을 전환하여 얻게 되는 지혜이다. 이 지혜에 의하면, 자기
와 타인, 만물이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큰 자비심을 일으키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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