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6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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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넘는 일이 없었다(종심
              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논어』 위정편)



                                                  우선 공자는 초발심 때 이

                                                 미 깨달음의 단계까지 갔기
                                                 때문에 공부하는 차례를 따
                                                 로 둘 필요는 없지만, 설법

                                                 의 서술이라는 점에서 구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열다
          사진 1. 담사동(좌측에서 두 번째).
                                                 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었다
          는 것은 뜻을 성실히 하였다는 것이고, 서른 살에 홀로 섰다는 것은 그 뜻

          이 어지럽지 않게 하나로 전일하였다는 것, 마흔 살에 헷갈리지 않았다는

          것은 ‘묘관찰지’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쉰 살에 천명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자아에 대한 집착, 아집은 단멸되었지만 그래도 법집은 아직 끊어지지 않
          은 단계이다. 육십 세에 진리가 귀에 순순히 들렸다는 것은 아집과 법집이

          완전히 단멸한 진여의 상태인 ‘평등성지’를 이룬 것이다. 일흔 살에 마음대

          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는 것은 큰 거울에 사물의 형상이 그대로
          비치는 것처럼,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표현해 내는 단계인 ‘대원
          경지’로 전환된 것이다. 아라야식이 남김없이 지혜의 경지로 전환한 것이

          다. 공자가 요약해 말한 삶의 성장 과정은 아집과 법집이 사라져서 깨달음

          에 도달하는 불교의 과정으로 재해석하여 설명하였다.
           유식불교에서 ‘식을 전환하여 지혜를 이룬다’[전식성지轉識成智]는 과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일어난다고 한 것을 담사동은 받아들였고, 유식

          불교와 유학의 심성론을 연결시켜 설명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지혜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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