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8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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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격물은 ‘사법계事法界’이고, 치지는 ‘이법계理法界’이다. 성의, 정심, 수
신은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이고, 제가, 치국, 평천하는 ‘사사무애법
계事事無碍法界’라고 주장하였다.
화엄불교에서 말하는 ‘사법계四法界’는 화엄불교의 우주관으로서, 전 우
주가 한마음[一心]으로 통일되어 있고, 이것을 현상과 본체의 입장에서 보
면 네 층위의 세계로 구별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이 중 ‘사법계事法界’
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상 세계, 모든 차별된 세계를 가리킨다. 우주의 사
물들은 모두 인연에서 생겨났으므로 각각 구별되고 한계를 지니지만, 세
속에서 인식하는 특징은 공통성이 없기 때문에 사물의 차별성만을 인식의
대상으로 삼게 된다.
사법계는 사물의 차별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격물格物’, 즉 사
물의 이치를 궁구하는 것과 상통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법
계理法界’는 이치의 세계, 우주의 평등한 본체세계를 가리킨다. 불교에서
우주의 본체는 진여이고 평등하고 무차별하다. 이법계는 개체와 개체의 동
일성, 공통성을 본 것이므로 모든 사물에 편재해 있는 이理의 보편성과 연
계해 생각할 수 있고, 『대학』의 ‘치지’, 이치에 도달하는 것에 해당된다. ‘이
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는 화엄불교에서 현상과 본체가 서로 떨어진 관계
가 아니고 하나의 걸림없는 상호 관계 속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사건과
원리가 완전 자재하고 융섭하는 경지이다. 그러나 지혜의 최고 인식 단계
는 아직 아니다.
『대학』의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은 현상계에 인仁을 실현하기 위
해 내면의 마음을 수양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는
개체와 개체가 자유롭게 융섭하고, 현상계 그 자체가 바로 절대적인 진리
의 세계라는 의미이다. 현상계의 모든 존재자들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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