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9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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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되어 원융무애한 무진연기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화엄불교의 법계연기이다. 이는 『대학』의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
下’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데, 유학에서 인仁을 실현하는 궁극적 단계가
바로 여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현상계의 사물 하나하나가 진리 그 자체라
는 깨달음의 단계이다.
담사동은 유식불교, 화엄불교와 『대학』의 다양한 개념을 활용하여 서로
배대시킴으로써, “(유학의) 육경六經은 불경佛經과 합치하지 않는 곳이 없고
불경을 도외시할 수도 없다.”는 인식에 도달하였다. 이것은 유학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의 합치의 경지이다. 담사동은 그를 통해 당시 중국 사회가 필
요로 했던 ‘근대성’, 즉 변법을 통한 ‘반反봉건, 반反외세’의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담사동의 주저 『인학仁學』은 정치적으
로는 민주제도의 정립, 경제적으로는 국
제 경쟁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확립, 윤
리적으로는 삼강오륜이라는 봉건 윤리
의 폐기와 남녀평등, 만민평등을 주장하
는 저작이다. 담사동은 그것이야말로 진
정한 ‘공자교孔子敎’라고 주장하였고, 따
라서 자신의 저작을 『인학』이라고 불렀
던 것이다. 한편 인仁을 유삼唯心이자 유 사진 2. 담사동의 『인학仁學』.
식唯識이라 하여 불교적으로 해석하였다.
양계초와 당시 근대사상가들은 담사동의 이론이 “복잡하고 유치하다”라
고 폄하하였다. 그러나 왕국유는 『인학』을 평가하며 독자의 흥취는 유치한
형이상학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상의 견해에 있다고 말하였다. 에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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