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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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판각한 목판이었으며,
특히 4종의 금릉각경처 번
각이 유경종과 김병룡 거
사와 관련된 국내 판각불
사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성철 스님이 1947년에
사진 5. 결정서.
책을 기증받은 후 삽지에
기록된 목판도 함께 기증받았으며, 스님이 1966년 해인사에 주석하게 되
면서 이 책판을 해인사 사간판전으로 이운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철스님은 생전에 책들을 수장한 장경각의 출입을 제자들에게조차 쉽
게 허락지 않으셨다고 한다. 책의 속세적 가치가 입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쉽게 흩어질 거라 생각하셨던 것일까. 스님은 언젠가는 문도들에게 공표
하리라 생각하셨던 ‘결정서決定書’(사진 5)란 제목의 메모 한 장을 『증여계약
서목』 안쪽에 남겨 두셨다. “퇴옹성철의 소장서적은 퇴옹 원적 후에 퇴옹
문도들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보호하여 개인의 관여를 불허하며 지금과 같
이 계속하여 백련암에 보관한다.”는 글이다. 성철스님 자신이 결정인으로
밝힌 이 작은 메모 한 장이 더 없이 큰 스님의 유언으로 남아있다.
백련암 소장 책들을 조사하면서 만난 일련의 인연들이 우연이 아니라
책이 가치를 알아본 주인을 기다려 그 책들이 주인을 찾아간 느낌을 받았
다. 어두운 눈이지만 불을 밝히는 마음으로 백련암의 책들을 다시금 찬찬
히 들여다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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