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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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해 주제별, 시기별, 지역별 경향성을 파악하려 했고, 그로부터 간행 상
             의 특징을 검토하고 분석했다. 그는 1910년대부터 이루어진 문헌자료 집
             성의 기본 토대 위에서 마에마 교사쿠, 에다 도시오 등의 선행 연구를 충

             분히 활용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문헌서지학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불교

             연구의 기본 토대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심리학자로서 명성을 떨치
             던 그가 문외한의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학자적 자질
             과 뛰어난 능력이 있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생활한 인연과 여러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책을 내고자 했던 저자의 바람이 원동력이 되었다.

               구로다는 조선시대 불서 간행의 빈도와 양, 질적 수준을 감안해 보면 불
             교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고려시대에 비해서도 뒤처지지 않으며, 교학
             연구와 대중교화 측면에서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던 시기라고 하여 불교문

             화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다. 조선시대 불교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 인식은

             그 이전 일본인 학자들의 저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구로다
             의 『조선구서고』는 고려 교장을 선구적으로 연구한 오야 도쿠조의 『고려속
             장조조고』와 함께 식민지기에 이루어진 한국불교 문헌서지학 분야의 중요

             한 업적이었다.

               한편 한국불교의 문헌자료와 관련해서 가와무라 도키河村道器(1899~1988)
             의 『조선불교사: 자료편』 1·2(1995, 大阪 楞伽林)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와무
             라는 일본 조동종 승려로서 포교사로 한국에 왔고 경성 불교전수학교의 강

             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불교의 역사에 큰 관심을 가져서 23편

             1,700쪽에 이르는 자료집을 유고로 남겼는데, 구로다 료와 마찬가지로 학
             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향후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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