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3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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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서 장태염이 자유·평등의 근대적
가치를 주장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장태염의 제물 개념은 단순
히 서양근대의 사회적·정치적 평등 개
념을 포괄할 뿐 아니라 불교적 의미의
평등 개념으로서 사회·정치 그 이상의
차원을 지향하는 것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제물의 실질적인 의미가 단순히
중생, 즉 만인을 동등하게 보고 우열이
사진 1. 신해혁명 전후시기의 장병린. 이 시
없다고 보는 ‘만인의 평등’에 그치지 않 기에 장병린과 강유위의 논쟁이 있
었다.
고, 『대승기신론』에 의거해 언설상, 명
자상, 심연상을 떠난 ‘궁극적 평등’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태염의 ‘제
물’ 개념은 서구적 의미의 사회적 평등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포괄하면서 불교의 궁극적 평등을 제시한 점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장태염이 『대승기신론』을 인용하며 제물 개념을 해석한 것은 당시
의 사상적 배경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은 그가 유식불교
를 중시하되 그 설명 방식이 구양경무나 내학원 학자들과 달리 『기신론』
적 사유 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진여의 차원에서는 “일체의 법이
모두 참이고”, “일체의 법이 모두 똑같다.” 이러한 입장은 『기신론』의 진
여연기의 입장에 근거한 평등관이다. 적극적인 사회주의의 제도적 변혁
이나 소극적인 평화주의만으로는 진정한 평등인 제물의 차원에 이룰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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