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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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앞에서 모시고 서 있다
가 말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육체는 진실로 시든 나무와 같
아질 수 있으며, 마음은 진실
로 불 꺼진 재와 같아질 수 있
는 것입니까? 지금 안석에 기
대고 계신 모습은 이전에 책상
사진 4. 장병린과 손중산이 상해에서 만났을 때의 모습.
에 기대 계시던 모습이 아니십
니다.”
남곽자기가 대답했다. “언아, 너의 질문이 참으로 훌륭하구나. 지금 나
[吾]는 나[我]를 잃었다. 너는 그것을 알고 있는가! 너는 ‘인뢰人籟(사람의 음악
소리)’는 들었어도 아직 ‘지뢰地籟(대지의 음악 소리)’는 듣지 못했을 것이며, 지
뢰는 들었어도 아직 ‘천뢰天籟(하늘의 음악 소리)’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자
유가 말했다. “‘지뢰’는 땅 위 온갖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이고, ‘인뢰’는 대
나무 피리에서 나오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천뢰’는 무엇을 의미합니
까?” 남곽자기가 대답하였다. “온갖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는 각각 다르기
는 하지만 스스로 소리를 내는 것이다. 모두 스스로 내는 소리인데, 화를
내는 사람이 누구인가?” (『莊子』,「齊物論」)
장자는 그 경지를 육신은 마른 나무와 같고 마음은 꺼진 재와 같은 상
태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였다. ‘오吾’와 ‘아我’를 구분하여 참된 나인 ‘진
아眞我’가 자기를 상실함으로써 만물일체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이 부
분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다. 장자의 인간 이해는 일반적으로 이 ‘상아喪
我’와 ‘진인眞人’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장자 철학의 개념이
불교의 ‘무아無我’, ‘진아眞我’ 개념과 대단히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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