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7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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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염은 현상세계의 존재들이 명칭과 형체를 가진다고 보는 근거가 ‘개
             체 자아[人我]’와 ‘개별 대상[法我]’이 실재한다고 보는 세계관에 의한 것이라
             고 파악하였다. 그는 「제물론」을 유식불교적으로 해석하여 자아와 대상이

             실재한다는 세계관을 타파하고, 개체 자아와 개별 대상을 일심一心에 합치

             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졌다. 결국 현상세계의 존재들을 일심에 합치시킴으
             로써, ‘제물’, 근원적인 평등의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진 4】

               장태염은 앞의 ‘삼뢰三籟’를 유식불교적으로 해석하였다. 지뢰에서 시작

             하는 바람소리를 우리 마음의 온갖 분별에 비유하고, 만 가지 구멍에서 포
             효하는 서로 다른 소리를 세계의 소리들이 각각 다른 것에 비유하였다. 집
             에서 키우는 닭이나 야생의 까치도 각각 다른 음을 내서 자기의 뜻을 펼친

             다는 것이다. 천뢰는 아라야식 중의 ‘종자種子’에 비유하는데, 후대에는 혹

             원형관념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은 단지 이름이나 언어일 뿐 아니라 형상의 본질이므로, 다양하게
             불어오지만 서로 전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장태염과 전통적인 다른 주석

             가들과 해석의 차이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절이다. 그는 ‘제물’이 명

             칭[名]과 형상[相]을 유일심唯一心에 모으는 심식론을 의미한다고 해석하였
             다. 지뢰에 의해 일어나는 바람은 우리 마음의 분별지이고, 천뢰는 유식불
             교에서 아라야식에 저장되어 있는 종자이다. 그런데 지뢰를 명칭과 언어의

             다양성으로 보지 않고 여러 가지를 스스로 취하는 것은 제6 자아의식이 천

             뢰라는 아라야식에 집착하여 자아를 세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
             다. 이처럼 장태염은 장자 철학을 유식불교적으로 해석하여 자아와 대상
             이 실재한다는 세계관을 타파하고, ‘제물’, 근원적인 평등의 경지에 도달

             해야한다고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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