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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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좋다. 가령 경전 공부는 경전이 있어야 하는데 화두는 아무것이
없어도 집이나 직장에서도 길에서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화두에 대한 믿음이 나야 화두 공부가 된다. 화두
가 무엇이고, 화두를 통해서 분별망상을 타파하여 깨달음을 성취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공부가 된다.
또 화두에 대하여 의심이 나야 한다. 화두 의심이 간절할수록 공
부가 잘 되고 빠르다. 이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불교를 바르게 공
부하여 정견을 세우고 수행을 해야 한다. 불교가 무엇이고, 화두가
무엇인지 바른 안목을 갖추고 참선해야 한다. 그러면 화두 참선만
큼 공부가 쉽고 빠르고 효과적인 것이 없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이
화두선이 주목받을 것이다.”
이것은 고우스님께서 평생 화두 참선을 한 끝에 도달한 간단명료한 결
론이었다.
1966년 설악산 백담사에서 하안거를 나다
기장 묘관음사에서 첫 안거를 잘 마친 고우스님은 1966년 봄에 오대산
으로 갔다. 용주사 학인 때 월정사 정화를 도우러 처음 가본 뒤 오대산에
서 한 철 정진하고 싶은 마음으로 상원사에 갔다. 그런데 뜻밖에 상원사 원
주 스님이 양식이 없다며 방부를 받아 주지 않았다. 이때 상원사 선원에 지
객으로 있던 법화스님을 처음 만났다(법화스님은 훗날 고우스님과 함께 봉암사
제2결사에 참여한 6비구 중 한 분이다).
방부를 거절당한 고우스님은 지객 법화스님 방에서 같이 자고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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