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P. 83

사진 1. 관호산성으로 올라가는 길.   사진 2. 관평루의 원경.


             명이 이 폭격으로 죽고 대한민국은 살아남았습니다. 낙동강 전선과 다부
             동 일대는 그런 의미에서 호국의 성지입니다.
               낙동강변을 걸어갑니다. 이 길은 호젓하고 아름답습니다. 대자연 속으

             로 걸어가노라면 도시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인간들이 만들지 않은 대자연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의 세계가 있고 신비
             로운 삶이 있습니다. 나무도, 풀도, 새도, 물고기도 모두 행복하게 살아갑
             니다. 오직 사람만이 무언가 근심 걱정으로 어두워 보입니다.

               관호산성으로 올라갑니다. 길에는 낙엽이 쌓여 있어 밟으면 바스락 소

             리가 납니다. 사람들은 꽃 피는 봄을 좋아하지만 낙엽이 땅에 쌓여 얼어붙
             는 겨울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낙엽을 밟고 걸어가면 마음이 치유되는 듯
             한 깊은 정감에 젖어듭니다. 【사진 1】

               관평루는 해발 86m, 낮은 언덕에 불과하지만 평지에 솟아올라 멀리까

             지 내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관평루에 올라 멀리 아득하게 흘러가는 강물
             을 바라봅니다. 작은 언덕에도,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속에도 수많은 일들
             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자신의 일에 너무 바빠서 알아차릴 겨를이 없는 겁니다. 【사진 2】



                                                                          81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