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P. 86
입니다. 낮은 곳, 공기가 농밀한 그곳에서는 산이며 나무는 물론 이끼마저
온갖 것이 고루 행복한 세계입니다.
복사꽃 피는 이태백의 유토피아
왕유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이태백(701~762)은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
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왜 벽산에 사느냐고 묻는 말에
웃으며 대답하지 않지만 마음은 편안하다네
복사꽃 물에 흘러 아득히 떠가니
이곳은 인간세계가 아닌 별천지라네 3)
벽산碧山은 허베이성에 있는 산 이름입니다. 이태백은 25세에 집을 떠나
이곳에 10년 정도 머물며 결혼도 하였는데, 이 시는 대체로 30세 전후에
쓴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젊은 사람이 왜 벽산에 파묻혀 처가살이를
하고 있느냐고 누가 물었겠지요. 혹은 그게 마음에 걸려 자문자답하는 형
식으로 쓴 시인지도 모릅니다.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는 소이부답笑而不答 네글자에는 복잡한 심정이
담겨 있습니다. 마음은 편안하다고 했지만 어쩌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
기 때문에 이 시를 썼는지도 모릅니다.
이어지는 도화유수묘연거桃花流水杳然去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3) 『李太白集』, “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