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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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글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찬란하게 빛납니다. 이 열네 글
             자로 이태백은 자신이 사는 곳을 단번에 별천지로 만들어 버립니다.
               “왜 벽산에 사느냐고? 여기가 바로 유토피아라네.”

               이태백은 더 이상 벽산에 묻혀 사는 꾀죄죄한 젊은이가 아니라 별천지

             에서 노니는 신선이 되는 것입니다. 복사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도연명
             (365~427)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타나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상징합니
             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들 마음속에도 흐르는 물에 복사꽃이 아련하게 떠

             가는 모습이 무릉도원처럼 나타납니다.

               이처럼 자연을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유토피아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관조에 몰입하는 순간, 근심 걱정이 사라진 별세계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를 읽고 나면 마치 우리들이 직접 별천지에 있는 듯 마

             음속에 기쁨이 넘쳐납니다. 새들은 계속 노래 부르고 꽃은 피었다가 떨어

             집니다.
               강물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이
             런 찬란한 세계를 들여다보려면 평

             범한  인간의  수준을  넘어서는  시

             력視力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이
             처럼 맑은 눈을 가진 ‘보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이태백은 우리에게 별

             천지를 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별천지는 이처럼 우리에게 가까
             이 있지만, 일시적이며 쉽게 사라집
             니다. 우리들 보통사람은 거기에 오

             랫동안 머물 수 있는 시력을 갖고 있              사진 4. 관호산성(신라 토성)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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