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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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낙동강변에서 얼음 밑으로 오는 봄을 느끼며.
하지 않고 우리의 존재를 유쾌하게 인식하는 데에는 강가를 걷는 것만으
5)
로도 충분합니다. 찰랑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우리는 마음속 잔물결을 응
시합니다. 아, 아, 하는 사이에 칠십 년의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강물을 바
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거나 서성입니다. 강물처럼 흘러간 옛날을 생각합
니다. 다시 한 번 소년 소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진5】
강변에 서 있는 왕버들은 수많은 가지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하
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산다는 것은 왕버들처럼 멋진 일입니다. 오래 산다
는 것은 정말이지 이토록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여주는 일이로군요. 14,000
보를 걸어 여기에 올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농밀한 하루입니다.
5) 장 자크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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