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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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체가 되었던 것이다. 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둔사의 과거사 규
          명과 함께 당대 불교사에 중점을 두어 대둔사의 위상과 대둔사를 중심으
          로 한 조선후기 불교의 중흥을 모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대

          둔사지』는 단순히 대둔사가 지닌 과거의 역사성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당시 침체된 조선불교를 주체적이고 독자적으로 중흥시키고자 했던 찬자
          들의 의지가 내포된 것이었다.



            불교사서에 미친 영향



           넷째, 이후 찬술된 불교사서에 영향을 미친 점이다. 『대둔사지』가 찬술
          되고 난 직후에 대둔사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교류 또한 활발했던 강

          진康津의 만덕사萬德寺(지금의 백련사)에서도 사지가 편찬되었고, 범해각안梵

          海覺岸(1820~1896)이 198인의 우리나라 승전을 찬술하기도 했다. 『만덕사
          지萬德寺誌』는 정약용이 모든 감정을 맡았고, 그와 관련 있는 인물들이 자
          료를 모으고 그것을 편집하고 교정하여 편찬을 마친 것이다.

           그 체재와 찬술방식이 『대둔사지』와 동일한 것으로 보아 정약용을 중심

          으로 한 만덕사의 승려들이 『대둔사지』를 모범으로 하여 찬술한 것으로 생
          각된다. 『동사열전』은 범해각안이 찬술한 승전僧傳으로 우리나라 불교사의
          사상과 신앙 그리고 홍통弘通에 관한 사실을 전해주고 있는 종합적인 불교

          사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이 두 사서가 지닌 체재와 찬술방식, 성격 등은 『대둔사지』가 지
          닌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있다. 정약용과 대둔사 승려들의 찬술의 과정에
          서 보여준 조선불교사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치밀한 연구와 역사의식이 이

          후의 사서에서도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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