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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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님을 만나러 갈 준비를 단단히 하였다. 명분은 충분했다. 구산선문의
          전통을 잇고 정화결사 정신을 되살려 참선 도량으로 하자는 것과 삼보 정
          재인 봉암사 산림을 지키자는 것이었다.

           이 뜻을 실현하기 위해 절대 물러서지 말고 한 사람도 이탈하지 않기로

          결의하였다. 수좌들은 이 원력을 성취하기 위해서 뜻을 같이 하는 수좌들
          을 더 모아야 했다. 그래서 지금 전국선원수좌회의 모태가 되는 선림회禪
          林會의 총무를 맡고 있던 능혜스님을 오시게 하여 취지를 설명하니 흔쾌히

          동참하였다.

           봉암사의 수좌도량 복원문제는 선림회 총무 능혜스님의 참여로 차원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고우, 법진, 법화, 법연 등 20~30대 젊은 수좌들의 뜻
          이었지만 선림회는 제방 수좌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였다. 1967년 동

          화사 선원에서 창립된 선림회는 종단의 정화와 개혁 그리고 선풍 진작을

          위한 수좌단체였으니 해인총림 지정과 송광사의 정화 등에도 역할을 하여
          당시로선 위상이 상당하였다.
           젊은 수좌들의 기백과 선림회의 가세로 큰 힘을 얻은 봉암사 정화 결사

          수좌들은 다시 직지사로 주지스님을 만나러 갔다. 녹원스님은 선림회 능

          혜스님까지 나타나자 전과 달리 긴장하면서도 꼿꼿하였다. 고우스님을 비
          롯한 수좌들은 이전의 주장에 이어서 지금 봉암사 산판 문제를 거론했다.
          천년고찰이자 구산선문의 유구한 선찰 봉암사에 주지가 부재하고, 산판으

          로 아름드리 재목이 잘려나가는 등 날로 피폐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

          리고 수좌들에게 봉암사를 맡겨 삼보정재를 지키고 선찰로 거듭나게 해달
          라고 정중히 다시 요청하였다.
           수좌들의 간절한 호소를 듣고 본사 주지 녹원스님이 고심하는 모습이 역

          력하였다. 이내 녹원스님이 뭔가를 결심한 듯 차분하게 말하였다. 젊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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