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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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고 하자 국사는 “장벽牆壁과 기와, 돌이 그렇다.”라고 답하였
              다. 승려가 “경전과 서로 크게 어긋난다. 『열반경』에서 ‘담장의 무
              정물을 떠나므로 불성佛性이라고 한다’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불심

              이라 하니, 마음과 성性이 차별이 있는가? 차별이 없는가?”라고 묻

              자, 국사는 “미혹하면 차별이 있고, 깨달으면 차별이 없다.” 승려
              가 “경전에 이르길, ‘불성은 항상 하고, 마음은 무상하다’라고 하는
              데, 지금 차별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국사는 “너는

              다만 말에 의지하고, 뜻에 의지하지 않는다. 비유하면, 추운 날 물

              이 얼어 얼음이 되고, 따뜻한 때가 되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 중
              생이 미혹할 때 ‘성’을 얽어매 마음을 이루고, 중생이 깨달았을 때
              마음을 풀어 ‘성’을 이룬다. 만약 무정무불성無情無佛性에 집착한다

              면, 경전에서 마땅히 삼계유심三界唯心이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니,

              이는 그대가 경전에 어긋난 것이지, 내가 어긋난 것이 아니다.”                1)


           이로부터 명확하게 ‘무정’의 불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2)
          『단경』에서 “무정에는 부처의 종자가 없음[無情無佛種]” 이라는 입장과는 명
          확하게 배치된다. 더욱이 『열반경』의 “불성이 아닌 것은 이른바 모든 장
          벽牆壁, 와석瓦石 등의 무정의 사물들이다. 이와 같은 무정의 사물들을 떠
                                  3)
          난 것을 불성이라고 칭한다.” , “심心은 불성이 아니다. ‘심’은 무상無常하

          1)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28, 「南陽慧忠國師語」(大正藏51, 438a), “僧又問: 阿那個是佛心? 師曰: 牆
           壁瓦礫是. 僧曰: 與經大相違也. 涅槃云: 離墻壁無情之物, 故名佛性. 今云是佛心, 未審心之與性,
           爲別不別? 師曰: 迷卽別, 悟卽不別. 曰: 經云, 佛性是常, 心是無常. 今云, 不別何也? 師曰: 汝但依
           語而不依義. 譬如寒月水結爲氷, 及至暖時, 氷釋爲水. 衆生迷時結性成心, 衆生悟時釋心成性. 若執
           無情無佛性者, 經不應言三界唯心, 宛是汝自違經, 吾不違也.”
          2)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44a).
          3)  [北涼]曇無讖譯, 『大般涅槃經』 卷37(大正藏12, 581a), “非佛性者, 所謂一切牆壁  瓦石  無情之物.
           離如是等無情之物, 是名佛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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