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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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불성은 항상[常]하기 때문이다.” 라는 경문을 인용하여 힐난하여도 오
히려 “그대가 경전에 어긋난 것이지, 내가 어긋난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주지하다시피 혜충은 혜능의 『단경』을 잘못 이해하여 이른바 ‘남방종
지南方宗旨’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저 『단경』을 개환改換하여 비천한 논
리를 더하여 섞어서 성의聖意를 깎아버리고 후학들을 미혹하여 어지럽게
하니, 어찌 언교言敎를 이루었다고 하겠는가! 괴롭다! 나의 종宗이 손상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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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도다.” 라고 탄식하였다. 그렇다면 혜충은 무슨 까닭으로 『단경』과 배치
되는 ‘무정불성’을 주장하는가?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는 사상과 시대적 상
황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남방종지의 비판과 돈오 이후의 무정불성
먼저 사상적 측면에서 혜충이 비판하는 ‘남방종지南方宗旨’가 무엇인가를
밝혀야 하는데, 「남양혜충국사어」에서는 그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즉심卽心이 바로 부처요, 부처는 각의覺義이다. 너희들은 지금 모
두 견문각지見聞覺知의 성품[性]을 갖추었는데, 이 성품이 눈썹을 치
켜 올리고 눈을 껌벅이게 하고, 가고 오는 운용을 하면서 온몸에
고루 존재한다. 머리를 만지면 머리가 알고, 다리를 자르면 다리가
알 것이니, 그러므로 정변지正遍知라고 한다. 이를 떠나서 밖으로
다른 부처가 없다. 이 몸은 생멸生滅이 있지만, 심성心性은 무시이
4) 앞의 책, 卷28(大正藏12, 533a), “心非佛性. 何以故? 心是無常, 佛性常故.”
5) [宋]道原纂, 『景德傳燈錄』 卷28(大正藏51, 437c-438a), “把他壇經改換, 添糅鄙潭, 譚削除聖意, 惑亂
後徒, 豈成言敎! 苦哉! 吾宗喪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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