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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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이다.” 1)
여기에서 노장의 색채를 분명하게 엿볼 수 있는데, “상기喪己”, “망정忘
情”, “정망情忘” 등의 용어는 명확하게 『장자』에서 온 것이며, 또한 그 사상
도 역시 상당히 유사하다. 주지하다시피 성현영의 ‘중현학’은 바로 『장자』
를 삼론학의 논리를 받아들여 재해석하여 출현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농
후하다. 따라서 우두선이 삼론학과 중현학의 논리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또한 『송고승전』에 실린 우두법융의 법계에 속한 유칙惟
則의 전기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유칙은 이미 혜충慧忠이 전한 도를 정밀하게 관한 지 오래되었다.
천지天地가 무물無物임에 나도 무물無物이다. 비록 무물이나 일찍이
물物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바로 성인은 그림자 같고 백성은 꿈
같은데[如夢], 누가 나고 죽는가? 지인至人은 이로써 능히 홀로 비추
고[獨照], 능히 만물의 주主가 되니, 내가 이를 알았다.” 2)
여기에서 언급되는 “혜충”은 ‘혜충국사’가 아니라 우두종 계열의 동명이
인이고, 유칙도 천여유칙天如惟則이 아니다. 이러한 인용문에서 사용하는
“천지天地”, “지인至人”, “여몽如夢”, “독조獨照” 등은 모두 『장자』의 용어이
1) [唐]裴休問, 宗密答, 『中華傳心地禪門師資承襲圖』(『卍續藏』63, 33c), “牛頭宗意者, 體諸法如夢, 本
來無事, 心境本寂, 非今始空. … 旣達本來無事, 理宜喪己忘情. 情忘則絶苦因, 方度一切苦厄.
此以忘情爲修也.”
2) [宋]贊寧, 『宋高僧傳』卷10(『大正藏』50, 768b), “則旣傳忠之道, 精觀久之. 以爲天地無物也, 我無物
也. 雖無物而未嘗無物也. 此則聖人如影, 百姓如夢, 孰爲死生哉? 至人以是能獨照, 能爲萬物
主, 吾知之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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