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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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어난 간절함은 “왜?”, “어째서?”를 묻는 화두 의심과 만나 서
로를 증장시키는 운동을 하게 된다. 간절함에서 진정한 의심이 일어나고
다시 그 의심으로 인해 간절함이 더 깊어지는 선순환적 주고받기가 일어
난다는 말이다. 깨달음의 내용이 되는 무심의 순도는 바로 그 간절함과 진
실함의 정도, 나아가 화두 의심의 정도에 비례한다. 큰 의심의 끝에 큰 깨
달음이 오고 작은 의심의 끝에 작은 깨달음이 온다는 선가의 말이 가리키
는 바가 이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이 자리에서 망상을 내려놓고 무심을 실천하기만 하면
될 것 아닌가? 6조스님의 최초 무심법문에 혜명스님이 깨닫게 된 대유령
사건만 해도 곧바로 무심을 실천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던가?
혜명: 행자님! 저를 위해 법을 설해 주시기 바랍니다.
6조: 선善도 생각하지 않고 악惡도 생각하지 않는 바로 이때 무엇
이 그대의 본래 모습이겠습니까?
(혜명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바로 깨달았다.)
혜명: 이제 가르침을 받고 보니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실 때 차가운
지 따뜻한지 저절로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6조스님은 ‘선도 생각하지 않고 악도 생각하지 않는’ 무심無心의 바탕에
서 ‘무엇이 자신의 본래 모습인가’를 묻는 의심을 일으키도록 인도하였다.
이 무심과 의심이야말로 깨달음의 필수적 조건이자 핵심적 내용물이다. 이
에 혜명스님은 선과 악의 분별을 내려놓은 무심의 자리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확인한다. 그 무심이 중생들은 물론 법계 전체가 함께 공유하는 바
탕임을 확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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