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P. 35

만년이라고 해야 할까 억년이라고 해야 할까? 그 오랜 시간을 무념의 선
             정 속에서 몸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굉장한 일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깊은 선정이 갖는 불가사의함에 감동해야 할까? 성철스님은 이것을 ‘죽

             은 송장의 무념’으로 표현하면서 극력 경계하는 입장에 있었다. 『백일법문』

             을 보자.


                  견성과 성불의 근본은 무념입니다. 여기서 무념은 제8아뢰야 무기

                  무념이 아니라 진여본성의 무념입니다. 제8아뢰야 무기무념無記無

                  念은 캄캄하여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눈먼 사람의 무념입니다. 실
                  제로 진여대용이 현발하지도 않고, 해가 뜨지도 않은 것입니다. 광
                  명이 없는 죽은 송장의 무념입니다. 그래서 진여무념은 제8아뢰야

                  송장이 아니고, 진여대용의 무념이며 구경각의 무념입니다.



               성철스님의 설법을 듣고 보면 선정에 들어 억만년을 보냈던 그 아라한
             이 석가여래를 만나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진여에 계합하지 못하고서는

             부처님과의 진실한 만남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스님의 이 기

             록을 읽었던 중국의 불교인들도 새로운 살아남이 없는 이 선정에 불만이
             었던 것 같다. 그래서 중국판 속편이 나온다. 속편의 이야기에서는 현장스
             님이 선정에서 깨어난 이 스님을 직접 만난다.




                  석가여래가 이미 열반에 들었다는 말을 듣자 아라한이 다시 선정
                  에 들어가려 했다. 선정에 들어 미륵부처님이 하생할 때까지 기다
                  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현장스님이 말한다. “부처님은 열반했지

                  만 그 가르침은 살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서역에 가서 부처님의



                                                                          33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