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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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대가 스스로가 알아내야 그

              대의 안목이다.”    3)



            항상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라



           어떤 지식이든지 책에서 배우는 것을 학득學得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생

          각해서 깨닫는 것을 체득體得 혹은 자득自得이라고 합니다. 위산은 향엄에
          게 불교의 공부는 책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줄 알아
          야 한다고 가르친 것입니다.

           향엄이 방으로 들어가 모든 서적을 두루 뒤졌으나 한마디도 대답에 알

          맞은 말이 없었습니다. 향엄은 비로소 자신의 공부가 헛된 것이었음을 깨
          달았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책을 모두 불살라 버렸습니다.
           향엄은 두 눈에 눈물을 흘리며 위산에게 하직을 고하고 산문山門을 떠났

          습니다. 향엄산으로 들어가 충忠 국사國師의 유적遺跡에서 몸과 마음을 쉬

          었습니다. 풀을 뽑으며 번민을 덜고 있다가 어느 날 기와 쪽을 던진 끝에
          크게 깨닫고 웃으면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남겼습니다.



              한 번 던지매 알던 것 잊으니

              다시 더 닦을 것 없구나
              이르는 곳마다 자취가 없으니




          3) 『祖堂集』 卷第十九, “吾道不當 汝自道得 是汝眼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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