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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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고 모습도 없는 위의威儀로다
세상의 도를 아는 이라면
모두가 나를 일러 상상기上上機라 부르겠지 4)
향엄은 마침내 본래면목을 깨달은 것입니다. 향엄이 깨달은 본래면목은
독립된 자아도 없고 욕심도 없는 무아無我와 무욕無慾의 세계입니다. 무아
와 무욕의 세계에 들어가면 사람은 평온해집니다. 그리고 저절로 나오는
웃음이 있습니다. 이제 그의 마음은 자유롭습니다.
클릭만 하면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오늘날, 사람들은 점점 더 똑똑해
지는 것 같지만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줄 모르는 헛똑똑이가 되어 가는 것
같아서 쓰디쓴 뒷맛이 느껴집니다.
만개하는 꽃처럼
올라오는 길에서는 그냥 스쳐지났던 길도 내려갈 때 보면 모습이 달라
집니다. 바위에 달라붙은 이끼의 섬세한 초록색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내려오는 길, 어디선가 꽃향기가 날아옵니다. 음, 이건 칡꽃 향기로군요.
나는 향기로 칡꽃의 존재를 미리 알아차리고 두리번거린 끝에 칡꽃을 찾
아냅니다. 총상꽃차례로 밑에서부터 자주색 꽃이 피어나는 중입니다. 총
상總狀이란 포도송이 모양을 말합니다. 한번 피어나기 시작하면 흐드러지
게 만개하는 꽃처럼 우리도 자기 존재를 활짝 드러내며 살았으면 좋겠습
니다.
4) 『祖堂集』 卷第十九, “一挃忘所知 更不自修持 處處無蹤迹 聲色外威儀 十方達道者 咸言上上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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