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1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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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나며, 번뇌를 완전히 없애는 곳을
향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이라 한다. 이처럼
수受·상想·행行·식識에 대해서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탐욕을 떠
나며, 번뇌를 완전히 없애는 곳으로 향하면, 이것을 이름하여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이라 한다.”(T2, 5c)라고 했다.
이른바 오온에 대한 염오厭惡(nibbidā), 이욕離欲(virāga), 번뇌의 소멸消滅
( nirodha)이야말로 ‘법을 따르고 법으로 향하는 것[法次法向]’이라는 뜻이다.
‘법차법향’의 법차法次란 법의 순서를 말하는데, 마치 십이연기十二緣起에
선후의 순서가 있듯이 모든 법[諸法]에는 순서가 있어서 법차라고 한다. 법
향法向이란 법의 나아가는 방향[趣向]을 말하는데, 곧 열반법涅槃法으로 향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유위법有爲法은 생사의 법으로써 생사를 향
한다. 반면 열반법은 생사를 떠나기 위해 열반을 향해 매진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법차法次와 법향法向을 합하면, 법의 선후 순서에 따라 열반법을 향
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한역의 ‘법차법향’은 빨리어 ‘담마누담마빠띠빤나(dhammānudhamma-
paṭipanna)를 번역한 것인데, ‘법을 따라 법을 실천하는’이라는 뜻이다. 주
석서에서는 ‘담마누담마빠띠빤나’를 “아홉 가지 출세간법들과 일치하는 법
인 예비단계의 길[道, paṭipadā]을 실천한다.”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
홉 가지 출세간법이란 네 가지 도道와 네 가지 과果에 열반을 추가한 것이
다. 열반을 제외한 네 가지 도道, 혹은 향向과 네 가지 과를 ‘사향사과四向四
果’ 혹은 ‘사쌍팔배四雙八輩’라고 부른다. 이것은 성자의 수행단계를 네 가지
로 나눈 것이다. 부파불교 시대에는 수행의 단계가 더욱 정교하게 체계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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