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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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부 수행론과 점수
이처럼 수행의 결과인 아라한과는 단번에 실현할 수 없고, 단계적으로
닦아 마지막으로 아라한과를 얻게 된다고 한다. 즉 예류향에서부터 아라
한과까지 여덟 단계를 반드시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분별설부分別說部
(Sthaviravāda)와 상좌부上座部( Theravāda)에서는 점수漸修의 전통을 굳게 지
키고 있다.
그러나 대중부大衆部(Mahāsāṇ̇ghika)에서는 ‘일찰나심一刹那心(ekakṣaṇa-
citt)’, 즉 “붓다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안다.”라는 교리를 갖고 있었다. 이
러한 사상의 영향으로 대승불교의 선종에서는 ‘일초직입여래지一超直入如
來地’, 즉 ‘한 번 뛰어 여래如來의 경지에 바로 들어간다’라고 주장한다. 초
기불교의 사향사과는 점교漸敎에 해당하고, 선종의 종지는 돈교頓敎에 해
당한다. 영가永嘉의 『증도가證道歌』에 따르면, 선문禪門의 수행은 계단을 올
라가듯 점차로 올라가는 점교의 문[漸門]이 아니고, 단번에 뛰어넘어 깨달
음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돈교의 문[頓門]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수행에
관한 돈오·점수의 논쟁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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