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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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근본을 탐구하려면, 그 문화의 근원인 의욕을 고찰하여 그 문화의 방향
이 다른 문화와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식불교, 동서문화 해석의 인식론적 기초
나아가 양수명은 유식불교 사상을 수용하여 동서문화를 해석하는 인식
론적 기초로 삼았다. 그가 보기에 문화는 한 민족의 생활양식이며, 또 그
생활양식은 ‘의욕’이 분출되어 나온 모습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한 민족
의 생활양식일 뿐이다. 생활은 또 무엇인가? 생활은 바로 다함이 없는 의
욕(will)과 그것의 부단한 충족과 불충족일 뿐이다.” 그는 이러한 시각에서
베르그송의 ‘직각直覺’ 개념을 활용하여 유식불교를 재해석하고 서양·중
국·인도 세 문화를 비교 고찰하였다.
유식불교 용어인 현량現量, 비량比量, 비량非量을 사용하여 인식 과정을
설명하면서, 인식은 현량現量(감각)과 비량比量(구별과 종합)만으로는 부족하
고 중간 역할로서 비량非量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비량非量’을
베르그송의 ‘직각直覺’(직관)으로 바꾸어놓고, 이 직각 개념을 활용하여 서
양·중국·인도의 세 문화를 비교하였던 것
이다. 이는 서양철학 개념을 활용하여 유식불
교 인식론의 범위를 더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양인의 생활은 직각이 이지理
智를 운용하고, 중국인의 생활은 이지가 직각
을 운용하며, 인도인의 생활은 이지가 현량現
量, 즉 감각을 운용한다.”고 보는 것이 그의
사진 7. 『양수명 방담록』(2017). 동서문화론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서양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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