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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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깨달음, 즉 해오解悟의 차원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분별의식의 간섭을 완전히 벗어나야 분별의 굴레를 벗어나 자기
          존재를 바꾸는 일이 일어난다. 이때 설암스님은 새로운 화두참구에 들어

          가 10년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중 하루는 천목산天目山의 불전 앞을 거

          닐다가 오래된 측백나무 한 그루를 보고 문득 성찰이 일어난다. 그리하여
          모든 분별의 경계가 무너져 진여에 계합하는 자리에 나아가게 된다. 당시
          의 상황에 대해 설암스님은 “그때까지 얻었던 모든 경계와 가슴에 막혔던 것

          들이 산산조각 흩어져 버리면서 마치 어두운 방에서 밝은 햇빛 아래로 나

          온 것과 같았고, 그때부터 생과 사에 대한 의혹이 없어졌다.”고 회고한다.
                                  여기에 숙면일여를 성취했다는 직접적인 표
                                현은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후 설암스

                                님이 숙면시의 오매일여를 가지고 수행자들

                                을 점검한 것을 보면 생과 사에 대한 의혹이
                                사라지는 궁극의 깨달음을 얻기 전에 그것을
                                체험한 것이 분명하다. 고봉스님을 이끌 때도

                                그랬다.
          사진 2. 고봉원묘 선사.


              설암스님이 물으셨다. “낮에 활발할 때 여전히 주인공이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주인공이 있습니다.” 또 물으셨다. “잠에 들어

              꿈을 꿀 때에도 주인공이 있는가?” 내가 대답하였다. “주인공이 있

              습니다.” 또 질문하셨다. “완전히 잠이 들었을 때 그렇게 꿈도 없
              고, 생각도 없고, 봄도 없고, 들음도 없을 때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
              가?” 여기에 이르니 참으로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고, 펼칠 수 있

              는 이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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