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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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 갈고 만 번 단련하면 더욱더욱 새로워질 것이요, 날이 오래
고 달이 깊어지면 밀밀密密하고 면면綿綿하야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지는 것이 마치 흐르는 물 같아서 마음이 비고 경계가 고요해
서 쾌락하고 편안하리라.
(중략)
미혹의 구름이 다 흩어지면 만리장천萬里靑天에 가을달이 깊이 맑
은 근원에 사무치리니, 허공에서 불이 나며 바다 밑에서 연기가 나
면 문득 맷돌 맞듯하야 깊은 현관玄關을 타파하리니, 조사의 공안
을 한 꼬챙이에 모두 꿰뚫으며 모든 부처님의 묘한 진리가 두루 원
만치 않음이 없으리라. 이런 때에 이르러서는 일찌감치 덕 높은 선
지식을 찾아서 기미機味를 완전히 돌려서 바름[正]도 치우침[偏]도
없게 하야 밝은 스승이 허락하거든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서 뗏집
과 동굴에서 고락을 인연에 따르되 하염없이 탕탕蕩蕩하여 성품이
흰 연꽃 같게 할지니 시절이 이르거든 산에서 나와 밑 없는 배를 타
고 흐름을 따라 묘를 얻어, 널리 인천人天을 제도하여 함께 깨달음
의 언덕에 올라 함께 부처를 증득할지니라.”
‘문자가 없는 경’은 과연 어떤 경이었을까? 영원한 행복과 영원한 자유
에 이르는 길을 찾아 1934년 스물세 살 청년 이영주는 결국 출가라는 새로
운 진리의 길을 선택했던 것이다.
참고문헌
김택근 지음·원택스님 감수, 『성철 평전』, 모과나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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