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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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고우스님은 큰절에서 10분 정도 걸어 올라가는 가장 높은 염불암에
          서 정진했다.
           당시 염불암에는 인법당과 법당 옆에 방 한 칸이 있었는데, 고우스님이

          그 방을 쓰고, 서옹스님의 상좌 무량스님이 인법당에서 정진했다. 염불암

          은 용문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여 한눈에 멀리 남해 바다가 보이는
          풍광이 빼어난 보임터였다. 염불암 아래에 백련암이 있는데, 성철스님은
          그 백련암에서 한 철 사시면서 포행할 때 염불암으로 올라와 시원하게 펼

          쳐진 남해 바다를 내려다보셨다고 한다.



            남해 용문사에서 성철스님을 만나다



           고우스님이 염불암에서 유유자적하며 소요하던 1975년 여름 어느 날 갑

          자기 해인사 방장 성철스님께서 암자에 올라오셨다. 상좌 천제스님과 시
          자 원타스님(지금 해인총림 유나)이 수행하여 왔다. 고우스님은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예전 용문사 백련암에서 한 철 계실 때 염불암으로 포행 와서 내

          려다본 바다 전망이 좋아서 하루 쉬러 오셨다는 것이다.

           고우스님은 성철 방장스님이 오시자 당신이 쓰던 작은 방으로 모셔서 쉬
          게 해드렸다. 그리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오늘 마침 잘 됐다! 우리
          선방에서는 보조스님 이래로 돈오해서 점차 미세망상을 없애가는 돈오점

          수頓悟漸修를 깨달음으로 알고 있는데, 성철스님께서 ‘돈오점수는 교학에

          서 하는 말이고, 선禪은 돈오돈수頓悟頓修다. 화두 참선해서 확철히 깨치면
          돈오고 돈수다’라고 하시니 통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오늘 이렇게 뜻밖에
          만났으니 하늘이 준 인연이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따지고 물어 보자.”

           이렇게 굳은 결심을 한 고우스님은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성철스님이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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