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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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남해 염불암에서 본 바다가 보이는 풍광.
시는 방으로 들어가서 정중히 삼배를 드리고 나서 앉아 다짜고짜 말을 던
졌다.
“스님, 돈오점수가 맞지 않습니까?”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성철스님은 획 돌아누워 버리셨다. 그렇게 누워
서는 한 마디도 대꾸가 없었다. 너무나 뜻밖의 성철스님 행동에 고우스님
은 당황하여 더 말을 붙일 수 없어 우물쭈물하다가 할 수 없이 그냥 물러
나오고 말았다.
이렇게 하여 1975년 남해 용문사 염불암에서 고우스님과 성철스님의 역
사적인 첫 만남은 불교사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깨달음이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 하는 법의 문제를 두고 고우스님이 당대의 대선지식 성철스
님에게 대들었던 법전法戰은 성철스님께서 뜻밖의 대응과 고우스님이 더
촉발하지 않는 바람에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고우스님은 훗날 각화사 동암에서 또 한 번 큰 체험을 하고 성
철스님의 『선문정로禪門正路』를 보고 나니 성철스님이 그때 획 돌아누우신
기행이 그대로 훌륭한 법문이었고 그때 더 대들어 성철스님께 법문을 더
다그쳤어야 했는데 그것을 몰랐다면서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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