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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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천구가 회전하는 것과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데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천동설과 지동설이 설명력의 차이를 보이는 결정적인 경우는 외행
성外行星의 운동이다. 외행성은 그 많은 천체 중에서 단지 몇 개에 불과하
다. 이 예외적인 상황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우주(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태양중심설(지동설)에 이르게 했다.
무無 동서남북
우리 곁에 항상 같이 있는 북쪽이 북극에서는 왜 갑자기 사라지는가? 북
쪽이 본래 있는 것이라면 북극에 갔다고 북쪽이 신기루처럼 갑자기 사라
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북쪽이라는 것은 없어야 하는가?
지구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런던과 서울에서의 진북은 그 방향
이 상당히 다르다. 지구가 구형이므로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진북의 방향은 달라진다. 북쪽이라는 방향이 본래 정해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북극과 런던, 북극과 서울 사이의 상호 연관만 있을 뿐, 북쪽이란
본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은 동쪽도 아니고 서쪽도 아니지만, 인천
에서 보면 동쪽이고 속초에서 보면 서쪽이다. 상호 관계만 있을 뿐이다.
조선시대에 서학이 들어오면서 지구라는 개념이 알려졌다. 당시 사람들
은 이 무거운 지구가 어떻게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지 의아해했다고 한다.
여기서는 위-아래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아래란 지구 중력이
끌어당기는 방향이고, 위란 그 반대 방향이다. 브라질에서 아래 방향은 서
울에서 위 방향이다. 지구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위-아래라는 방향
자체가 있을 수 없다. 지구가 아래로 추락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지구가 추락
할 아래라는 방향이 아예 없다. 아래가 없는데 어떻게 아래로 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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