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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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는 어떤 세계에 사는가? 이 유위법의 세계에 파묻혀 산다. 꿈
과 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은 유위법을 참이라고 착각하
면서 산다. 이 모든 게 행에 의지해 식이 조작해 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
이 식이 조작해 낸 세계를 세간世間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구 위에서 사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려낸 세간에서 산다. 다시 『화엄경』의 게송으로 글
을 맺는다.
若人知心行 마음이 움직여
普造諸世間 모든 세간을 두루 만들어냈음을 안다면
是人卽見佛 이 사람은 곧 부처님을 본 것이요,
了佛眞實性 부처의 진실한 성품을 깨달아 안 것이다.
지난 2년간 여러 글을 썼습니다만, 그 모두는 연기와 무아와 공입니다.
연기와 무아와 공일 뿐 달리 뭐가 없는데, 뭐 그리 쓸데없이 할 말이 많았
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고경』을 통해 22년 전에 장경각에서 펴냈던 『산하대지가 참 빛
이다』에서는 다루지 못했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었음을 큰 보람으로 느낍니다.
이 지면을 허락해 주신 원택스님과 언제나 늦은 원고로 심려를 끼쳐드
렸던 조병활 박사님과 서재영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잘것없는 글
을 읽어 주신 모든 분에게 무량한 지혜와 복덕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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