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3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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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의 불교를 사지에 수록하기도 하였다. 『만덕사지』 또한 고려 백련결
사白蓮結社를 주도했던 원묘요세圓妙了世 등 8국사의 생애와 사상을 수록했
으며, 고려 중후기 불교역사를 찬술하여 동시대 불교계의 동향을 소개하
였다. 사지는 이밖에 8명의 청허휴정 제자를 수록하여 백련사가 고려에 이
어 수행 전통을 면면히 계승하고 있음을 기술하였다.
이와 같은 사지류의 찬술은 이전의 기록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그 옳고
그름을 바로 잡고, 기록이 없는 것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역사적 흔적
을 찾아 복원하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의 지나간 역사를 단순히 이데올로기의 차원에서 이단
으로 전락시켰다면, 혹은 일개 사찰의 차원에서만 기록했다면 조선시대의
불교사 찬술은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맹孔孟의 사상을 학습하고 그
에 기초한 태평성대를 실현하고자 했던 유학자들조차도 우리나라 불교가
지닌 의미와 가치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우리 역사와 이 땅의 흙과 바람
속에 존재하면서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위로해주었던 불교를 도도하게 흘
러가는 역사의 물결 속에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시대 불교사의 면모를 밝히는 사지류
조선시대 불교사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은 『조선왕조실록』이나 유학자
들의 저술을 기초로 이해되어 탄압과 부정적 측면이 강했다. 때문에 불
교사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나 불교에 대한 오해의 우려를 지니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조선불교는 그동안 청허휴정 1인에 대한 불교였고, 호국
불교護國佛敎가 조선불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불교의 대명사로 이해되기
까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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