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5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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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것도 사실
             이다. 근대성만을 강조하여 우리 불교의 독자성까지도 부정하는 한계를 보
             여주기도 했다.




                조선후기에 찬술된 고승전의 가치


               한편 조선후기 찬술된 고승전은 단편적인 인물 규명에 머물지 않고 당

             시 불교계의 생동적이고 신축자재한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이 역시 조선

             시대 불교계의 법맥法脈 계승을 중심으로 한 승가의 동향이나 계파 간의 상
             황 등을 살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승을 통해 불교사를 이해할 수 있다
             는 점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범해각안의 『동사열전』은 불교수용 이후부터 근대불교의 사정까지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더욱이 찬자가 4차례의 팔도유람을 통해 수집
             과 조사의 과정을 거쳐 정리하였다. 대체로 조선불교의 중흥조 청허휴정
             과 그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찬술되어 지역성과 인물면에서 불균형을 이루

             고 있기는 하지만, 『해동고승전』이나 『삼국유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고,

             앞의 두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물 위주의 우리나라 불교사를 종합적으
             로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동사열전』이 찬술된 이후 고려의 보조지눌과 그의 사상과 유풍遺風을

             계승한 조선의 부휴선수와 그 제자들의 전기를 정리한 『조계고승전曹溪高

             僧傳』이 금명보정에 의해서 찬술되기도 했다. 조선후기 선교학禪敎學의 종
             원宗院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던 대흥사와 송광사의 이와 같은 면모는
             사원경제에 기초한 불교계의 중흥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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