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3년 3월호 Vol.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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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항아리들이 놓여 있는데 이를 미루어 볼 때 우리 민족은 꽤 오래전부터
          장을 만들어 먹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장
          을 따로 보관하는 장고醬庫를 두었으며,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하였던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의 장은 식생활에서 매우 중

          요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정월장을 담가 왔지만 고조리서에 나타난 장
          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양한 콩과 다양한 방법으로 계절마다 다르

          게 장을 담가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풍석 서유구 선생님이 쓰

          신 『정조지』에 따르면 ‘장醬은 장수將帥’라고 표현했습니다. 군사를 이끄는
          우두머리인 장수가 포악한 군사를 평정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인데 사찰음
                                    식을 공부할 때 저의 스승이신 선재스님께

                                    서 늘 강조하셨던 장 예찬론과 일맥 상통하

                                    여 크게 공감하였습니다.
                                      사찰음식의 재료가 되는 소선素膳(생선이
                                    나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의 기운을 평이하

                                    게 만들어 주고 다독여 주는 것이 바로 장

                                    입니다. 장은 한식의 기본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간장, 된장, 고추장과 같은 장류
                                    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모든 음식의

                                    기본입니다. 특히 조리방법을 간단히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사찰음식에 있어
                                    서 장류는 채소를 건강하고 맛있게 만드는
                                    재료도 되지만 법제의 역할을 하여 평화로

          사진 1. 입항한 메주.              운 음식으로 승화시키는 약념藥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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