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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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를 두 개의 세계로 구분하는 결정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유식불교에
서는 숨겨져 있는 저장된 세계(종자계)와 밖으로 드러난 세계(현행계)가 둘로
나뉘어 일원론으로 합치될 수 없다. 유식불교의 이러한 이원론은 우리가 경
험하는 현상세계를 본체세계에 종속된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본체세계에 비
해 무가치한 것, 또는 덜 중요한 것으로 보게 한다.
지금 이 곳의 현상계보다 중요한 것은 본체계, 즉 아라야식 속의 종자들
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세계 속에서 도덕적으로 최선을
다하더라도, 그것이 해탈 여부를 결정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인간의 도덕적 행위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그 때문에 웅십력은 본체와
현상을 이분하는 유식불교를 비판하였던 것이다.
유식불교 비판 2: 이중 본체의 문제(진여와 종자)
웅십력이 유식불교를 비판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바로 이중 본
체의 문제이다. 유식불교에서는 종자를 마음과 현상세계의 근본적인 원인
으로 삼으면서도, 불교 일반의 논의에 따라 진여眞如가 만법의 실성實性이
라고 하여 ‘진여’와 ‘종자’라는 이중 본체를 주장하는 잘못을 범하였다는 것
이다. 유식불교는 종자를 마음과 객관대상의 근거, 최초의 원인[因], 본체
로 삼음과 동시에, 공종 이래의 진여관을 계승하여 절대적이고 진실되고
부동불변한 진여를 만물의 실체로 인정하였다. 이처럼 진여와 종자를 동
시에 현상계의 본체로 상정함으로써 이중 본체의 문제가 야기된다고 한다.
“유종은 이중 본체의 잘못에 빠졌다. 그들은 종자를 현상의 원인으
로 세웠으므로, 종자는 이미 하나의 본체이다. 그러나 또 불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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