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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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핵심적인 선사상으로 제시하는 무념無念·무상無相·무주無住의 ‘삼
무三無’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임제어록』은 『육조단경』과는 그 표현이 상
당히 달라져 있다. 조사선의 사상적 변화를 ‘향상일로向上一路’라고 표현하
는 바와 같이 완전히 그 격格을 벗어나고 있다.
이는 『임제어록』의 다음과 같은 문구로부터 엿볼 수 있다.
“세간世間과 출세간出世間의 제법은 모두 자성自性이 없으며, 또한
성性을 생生할 수도 없다. 단지 또한 빈 이름이요, 이름 또한 비어
있다. 네가 단지 그 한가로운 이름이 실實이 된다고 여김은 크게 잘
못된 것이다.” 3)
주지하다시피 『육조단경』에서는 명확하게 “일체법은 모두 ‘자성’에 있
5)
4)
다.” , “‘자성’ 가운데 만법이 모두 현현한다.” 라는 구절로부터 “삼신불三
6)
身佛은 ‘자성’으로부터 생한다.” 라고 ‘자성’의 본체를 인정하고 있다. 나아
가 “도를 배우는 자로 하여금 보리를 돈오하게 하고, 자신의 본성으로 하
여금 돈오하게 한다.” 라고 하여 자신의 본성, 즉 ‘자성’에 대한 돈오를 궁
7)
극적인 목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문구에서는 명확하게 그러한 ‘자성’을 부정하는 표현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육조단경』에서 설하는 ‘자성’도 비록 ‘자성’이라고 언
표言表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논하자면, ‘자성’이라고 규정할 만한 것이 절
3) 앞의 책(大正藏47, 499c), “世,出世諸法,皆無自性, 亦無生性. 但有空名, 名字亦空. 爾秖麽認他閑名
爲實, 大錯了也.”
4)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39a) “一切法盡在自性.”
5) 앞의 책, “自性中, 萬法皆現.”
6) 앞의 책, “三身佛從自性上生.”
7) 앞의 책(大正藏48, 340c), “令學道者頓悟菩提, 令自本性頓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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