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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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이래無始以來로 무량한 겁劫을 거치며 이른바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에
따라 사바娑婆라는 현겁現劫에 출세出世한 바와 같이 변화하여 현현함을 의
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변’에는 반드시 의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런데 반야般若의 입장에서는 연기緣起, 즉 의지하여 발생한 것은 바로 스스
로 존재할 수 있는 ‘자성’이 비어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이를 ‘연기성공緣
起性空’이라고 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의현은 어떠한 법이 시설施設된다면,
위의 인용문과 같이 반야의 보리菩提나 열반涅槃, 심지어 불경계佛境界조차
도 모두 의지하여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자성’은 있을 수 없는 것
이라고 제창하는 것이다.
일체법에는 일심一心도 없다
이렇게 불교에서 추구하는 모든 계위階位의 경계가 의지하여 ‘현변’한 것
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설한다.
“너희들은 의지하여 현변現變한 국토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삼승三乘 십이분교十二分敎마저도 모두가 더러운 것을 닦아낸 휴
지다. 부처는 환화신幻化身이며, 조사祖師는 늙은 비구이다. 너
희들은 또 어머니가 낳은 것이 아닌가? 너희들이 만약 부처를
구한다면 바로 부처라는 마구니[佛魔]에게 포섭당하고, 너희들
이 만약 조사를 구하면 조사라는 마구니[祖魔]에게 묶이게 된다.
너희들이 만약 구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괴로움이니, 아무런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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