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고경 - 2023년 5월호 Vol.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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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없음[無事]보다 못할 것이다.” 9)
여기에서는 삼승과 십이분교의 가르침, 조사의 가르침조차도 모두 부정
하고 있다. 심지어 불마佛魔, 조마祖魔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불조를 폄하하
고, 그를 애써 구하는 것은 괴로움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본래무사本
來無事’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부처를 구하는 중생심에 대해서 다음과 같
이 설한다.
“너희들이 부처가 되기를 바란다면, 만물을 따르지 말라. 마음이
생하면 여러 가지 법이 생하고, 마음이 멸하면 여러 가지 법도 멸
한다. 일심一心이 생하지 않으면 만법은 허물이 없으며, 세간과 출
세간에 부처도 없고 법도 없으며, 또한 나타나지 않고, 또한 잃을
수도 없는 것이다. 설사 (부처와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모두 명칭
과 말과 문장일 뿐이다. 어린아이를 이끌기 위한 것이고, 병에 따
른 약을 시설施設하여 드러난 명구名句일 뿐이다.” 10)
여기에서는 심지어 ‘일심一心’까지도 부정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육조
단경』에서는 이른바 ‘명심견성明心見性’으로 중국불교 사상사에 ‘마음’을 중
심으로 하는 새로운 불성론을 제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시 말하여 ‘불
타佛陀’에 대한 신앙을 ‘마음’에 대한 신앙으로 전환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으
9) 앞의 책, “爾向依變國土中覓什麽物? 乃至三乘十二分敎, 皆是拭不淨故紙. 佛是幻化身, 祖是老比丘, 爾
還是娘生已否? 爾若求佛, 卽被佛魔攝; 爾若求祖, 卽被祖魔縛; 爾若有求皆苦, 不如無事.”
10) 앞의 책(大正藏47, 502b), “爾欲得作佛, 莫隨萬物. 心生種種法生, 心滅種種法滅. 一心不生, 萬法無
咎, 世與出世, 無佛, 無法, 亦不現前, 亦不曾失. 設有者, 皆是名言章句. 接引小兒施設藥病, 表
顯名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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