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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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육조단경』 강의를 해 달
라고 청하니 아주 좋아하시
며 흔쾌히 수락하셨다. 그리
하여 흔연한 마음으로 다시
해인사로 돌아왔는데, 도착
할 무렵에 수국사에서 해인
사로 전화가 왔다. 서옹스님
을 모시는 시자가 전하기를, 사진 5. 2010년 칠갑산 장곡사를 참배하고 고우스님과 함
께한 필자.
“큰스님께서 해인사에서 『단
경』강의를 못 하겠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하루가 안 되어 큰스님께서 입
장을 바꾸신 것이다. 일이란 이렇게 뜻하지 않게 변수가 생기는 법이었다.
하는 수 없이 해인사 주지실에서 몇 사람이 둘러앉아 어떻게 할지 궁리
를 하던 차에 그럼 백련암 스님께 다시 여쭤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시 해
인사 총무 소임을 보고 있던 원택스님이 백련암으로 전화를 드렸다. 전화
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성철스님께서 “그럼, 일타스님 보고 하라 케
라.” 하셨다. 그러자 전화기를 들고 있던 원택스님이 성철스님에게 말하기
를, “그것은 수좌스님들이 알아서 정할 일이지 큰스님께서 그렇게 마음대
로 하시면 되겠습니까?” 하고 말했다. 전화로 그렇게 성철스님에게 대드
는 광경을 옆에서 다 지켜본 고우스님이 원택스님께 한마디 했다.
“아니 원택스님, 그 어른에게 너무 불경하는 거 아니오?”
그런 말을 하면서 고우스님은 알았다. 원택스님이 그냥 성철 큰스님 말
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직언을 하는 시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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