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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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른바 ‘임제삼구’를 제시하고 있는데, 당연히 이에 대한 질문이
나타난 것이다. 그에 따라 『임제어록』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승려가 바로 묻기를 “무엇이 제일구입니까?”라고 하자, 선사는 “삼
요三要에 주점朱點을 찍어 주인과 객을 헤아려 나누는 것을 용납하
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무엇이 제이구입니까?”라고 묻자 선사
는 “묘해妙解가 어찌 무착無著의 질문을 용납하겠는가! 그러나 방편
[漚和]으로 어찌 (번뇌의) 흐름을 끊은 근기根機를 저버리겠는가!”라
고 하였다. “무엇이 제삼구입니까?”라고 묻자 선사는 “무대 위의
놀아나는 꼭두각시를 보아라. 그를 당기고 늘어뜨리는 것은 모두
그 뒤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6)
이로부터 의현이 제시하는 ‘삼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명확하게 밝히
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해석할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우선
제일구는 ‘삼요’에 완전히 계합契合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주점을 찍음[朱點側]’은 관부의 공문公文에서 중요한 대목에는 붉은 점을 찍
는 관행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삼요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이 삼요의 핵
심은 주主·빈賓을 헤아려 나누지 않음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다시 삼요가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나타나는데, 『임제어록』에
서는 이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이 삼요는 바로 이 구절 앞에서 언급
한 ‘진불무형眞佛無形, 진도무체眞道無體, 진법무상眞法無相’을 의미한다고
6) 앞의 책, “僧便問: 如何是第一句? 師曰: 三要印開朱點側, 未容擬議主賓分. 曰: 如何是第二句?
師曰: 妙解豈容無著問! 漚和爭負截流機. 曰: 如何是第三句? 師曰: 看取棚頭弄傀儡, 抽牽都籍
裏頭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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