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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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할 수도 있고, 또 의현이 설한 삼현삼요三玄三要로부터 유추할 수도 있
지만 삼현삼요와 관련된 설명은 잠시 뒤로 미루기로 하겠다.
우선 이 삼요는 바로 ‘무형·무체·무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단경』의 ‘무념·무상·무주’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선의
핵심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곧 “분변하면 이미 얻지 못하는 것”이므로 당
연히 “주인과 객을 헤아려 나누는 것을 용납하지 않음”을 말하며, 그것은
곧 돈오를 의미한다. 따라서 가히 제일구에서 깨닫는다면 조사와 부처에
게 스승이 될 수 있다고 하겠다.
제이구에 보이는 “묘해가 무착의 질문을 용납하겠는가!”라는 구절은 『신
승전神僧傳』 등에 나오는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무착이 문수보살[妙解]의
도량으로 알려진 오대산五臺山 참배를 위하여 오대산에 도착하여 문수보살
의 화현化現이라는 노인을 만나 “이곳에서는 불법을 어떻게 주지住持합니
까?”라고 물었다. 노인은 “용과 뱀이 섞여 있고, 범부와 성인이 함께 머문
다.”라고 답하였다. 다시 “대중이 몇 명이나 있습니까?”라고 묻자 “전삼
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이라고 답하였다. 7)
여기에 등장하는 ‘용사혼잡龍蛇混雜 범성동거凡聖同居’와 ‘전삼삼 후삼삼’
의 구절은 조사선에서 상당히 많이 언급되는 구절이다. 의현은 이 문답에
서 무착이 문수보살인 묘해의 답변에 계합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구화구사라漚和俱舍羅’ 즉 방편의 입장에서는 번뇌에 집착이 없
는 ‘무착’을 결코 저버릴 수 없음이고, 그에 따라 ‘천인에게 스승이 될 수 있
음’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제이구는 여래선의 경지에 해당한다
고 할 수 있다.
7) 『神僧傳』(大正藏50, 1007b), “著問: 此間佛法如何住持? 曰: 龍蛇混雜凡聖同居. 曰: 衆幾何? 曰:
前三三後三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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