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3년 6월호 Vol.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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理는 결코 체오體悟할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승이나 여래
선에 국한되어서는 또한 대승의 반야와 조사선을 이해할 수 없음도 사실
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조사선과 여래선의 분판分辦에는 철저하게 ‘돈
오頓悟’가 개입되어 있다. 그러한 까닭에 돈오를 지극히 강조한 『단경』이나
마조 등의 남종선도 후대에서는 조사선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명
확한 사상적 변화에 따라 『단경』 등의 남종선을 ‘전기 조사선’, 오가五家 분
등分燈 이후를 ‘후기 조사선’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단경』에서는 “자성自性을 돈수頓修할 뿐으로 점차漸次는 없는 것
이다.” 라고 하여 ‘점차’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이른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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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돈수頓悟頓修’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심각해진
다. 스스로 ‘돈오’할 수 없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에 따라 『단경』
에서는 “각각 스스로 관심觀心하여 자신의 본성本性으로 ‘돈오’하게 하라! 만
약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자는 모름지기 대선지식大善知識의 시도示道를 찾
2)
아서 견성見性하라!” 라고 자상하게 일러주고 있다. 더욱이 “만약 (선지식의
지시를 만나) 스스로 깨달았다면 밖으로 (다시) 선지식을 구해 의존할 필요가
3)
없다.” 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단경』의 사상을 계승한 마조馬祖는 “만약 상근중생上根衆生이라
면 홀연히 선지식의 지시指示를 만나 다시 계급階級과 지위地位를 거치지 않
고서 본성을 돈오할 것이다.” 라고 한다. 이로부터 마조는 『단경』에서 인
4)
1)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42c), “自性頓修, 無有漸次.”
2) 앞의 책(大正藏48, 340c), “各自觀心, 令自本性頓悟! 若不能自悟者, 須覓大善知識示道見性!”
3) 앞의 책, “若自悟者, 不假外求善知識.”
4) 『江西馬祖道一禪師語錄』(卍續藏69, 2c), “若是上根衆生, 忽爾遇善知識指示, 言下領會, 更不歷於階級地位,
頓悟本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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