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3년 7월호 Vol.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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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23호 | 풀어쓴 『선문정로』 18 |   옛날 한 부잣집 젊은이가 아내와

                                             행복한 신혼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술을 가져

                                             다 달라고 했다. 아내가 창고에 가서
             상적상조常寂常照                        술독을 열어보니 젊고 예쁜 여자가

                                             그 안에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였지

              강경구                            만 아내는 그것을 모르고 남편에게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화를  냈다.  “어디에서  젊은  여자를

                                             데려다가 술독에 감춰 두었느냐?”는
                                             것이었다.



                                                 시끄러움과 고요함,

                                               착각과 바른 인식


                                               남편이 술독을 열어보았다. 남편

                                             역시 자기 그림자를 보고는 아내에게

                                             화를  냈다.  “외간남자를  숨겨  두었
                                             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싸우는 중
                                             인데 친한 친구가 지나가다가 그 사

                                             연을 듣고 술독을 열어보았다. 그리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고는 화를 냈다. “하나밖에 없는 절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친이라고 하더니 다른 친구를 숨겨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두었다.”는 것이었다.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침 그 집의 시주를 받고 복을 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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